“아파트 이름서 아이파크 빼자”…현대산업개발 최대 위기

김원  기자 2022.01.14 10:10

광주 붕괴사고로 신뢰도 치명상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에도 광주 학동4 재개발 사업구역 철거 중 붕괴 사고를 일으켰다.

건설업계 9위(2021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업체가 연이어 '후진적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주택 브랜드인 아이파크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광주시는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을 포함해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일대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이용섭 광주시장은 13일 "앞으로 광주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일정 기간 현대산업개발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65개 공사 현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현재 시공 중인 광주 시내 현장은 화정 아이파크와 지난해 6월 철거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학동4 재개발 사업구역, 동구 광주계림 아이파크SK뷰 아파트, 운암3단지 등 총 4곳이다.
 

▲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2일 이 회사가 공사 중인 현장. [연합뉴스]


이 중 계림 아이파크SK뷰 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과 SK에코플랜트가 공동 시공하는데 공사 마무리 단계로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사고가 난 학동4구역은 이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운암3단지는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한화건설 등 3사가 수주한 재건축 사업지로 총 3214가구의 대단지다. 현재 기존 주택의 철거만 완료된 상태다. 운암3단지 조합 측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에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사고가 난 화정 아이파크는 예정된 11월 말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일부 입주자들은 공사가 진행 중인 전체 단지 철거 후 재시공을 원하고 있다. 소송을 감수해서라도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입주자도 많다.

이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입주 지연 보상금에, 철거, 신축 비용까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서는 아파트명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도 나왔다. 'NO 아이파크' 움직임이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시장에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다는 점이다. 당분간 추가 수주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전체 사업에서 주택 부문 비중이 절반 이상인 현대산업개발엔 기업 존폐와도 직결된다

.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잇단 사고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서울, 특히 강남권 수주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설립된 한국도시개발이 모태로 한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그룹의 계열사에 편입된 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었고,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도시개발사업 등을 통해 사업 확장했다.

1999년 3월 그룹 승계 과정에서 정주영 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인 정몽규 현 HDC회장이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가에서 떨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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