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말라” 김현미가 권한 것…30대 유혹하는 ‘6만채 로또’

안장원 기자 2021.07.19 09:04

내년까지 6만가구 중 1차 4333가구...특별공급 늘리고 소득 기준 완화

"(30대가)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주택공급 방안을 담은 8·4대책 후 국회에서 한 말이다. 영끌은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서라도 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장관이 "'영끌'이 안타깝다"며 30대에게 권한 3기 신도시 등이 곧 분양에 들어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8일부터 인천 계양 등 수도권 4개 공공택지 4333가구의 사전청약을 신청 접수한다. 정부가 내년까지 사전청약하는 6만2000가구의 첫 물량이다. 올해 연말까지 계획 물량이 4차례 3만200가구다.

▲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전청약이 시작됐다. 사진은 공사 현장에 붙은 사전청약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사전청약은 착공 전에 미리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이다.과거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때 선보인 사전예약과 같다. 재고 주택 수요를 분양시장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이 ‘흥행’에 성공하며 2010년대 초반 집값을 잡는 데 기여했다.

4가구 중 3가구가 30대용



사전청약 물량이 상당하다. 내년까지 6만여 가구는 이명박 정부의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분(4만 가구)의 1.5배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LH가 수도권에서 공급한 공공분양이 연평균 7000가구다.

사전청약 최대 수혜자는 30대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시장의 ‘큰손’로 떠오른 30대를 겨냥해 청약 문을 넓히고 문턱을 낮췄다.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30대의 주택 매수가 올해 더욱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30대 비율이 올해 들어 5월까지 36.7%로 40대(26.4%)보다 10%포인트나 더 높다. 인천과 경기도에선 지난해까지 40대보다 적었으나 올해 역전했다.

무주택 기간이 길어야 유리한 일반공급에 당첨되기 어려운 30대를 위한 특별공급이 늘었다. 결혼 7년 이내 부부가 대상인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태어나서 집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신청하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신혼희망타운은 거의 신혼부부 전용 주택이다. 이들 주택 신청자 대부분 30대다.

이번 사전청약 4가구 중 3가구인 3200여가구가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이다. 올해 말까지는 2만3000가구 정도다.

사전청약 아파트는 미래가치로 볼 때 근로소득으로 꿈꾸기 어려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다. 현재 비슷한 크기의 시세가 3.3㎡당 5000만원 정도인 위례신도시에서 이번 신혼희망타운 분양가가 3.3㎡당 2400만원으로 반값 이하다.

의왕 청계2지구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이다. 앞서 개발된 인근 청계지구 시세가 3.3㎡당 3000만원까지 나간다. 인천 계양 전용 84㎡ 분양가가 5억원이고 인근 새 아파트 같은 크기가 6억원 넘는 가격에 실거래되고 있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면 1~2년 뒤 본청약 분양가가 더 비쌀 것이어서 사전청약이 싸게 선점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소득 최고 13배 '고분양가'



그런데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입장에선 '남의 집 잔치'다. 이번 사전청약엔 서울 단지가 없다. 올해 연말까지 예정된 물량도 200가구에 불과하다.

해당 지역 우선공급 규정으로 볼 때 인천·경기도에서 서울 당첨자 비율이 30~40%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남시 위례신도시 공공분양의 서울 당첨자 비율이 35%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신도시 등을 건설하지만 정작 서울에서 들어갈 문이 좁다"고 말했다.

로또이면서 역설적으로 '고분양가'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다 하더라도 수요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이 싸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분양한 단지보다 분양가가 뛰었다. 사전청약하는 위례신도시 전용 55㎡ 분양가가 5억5600만원이다. 올해 초 분양한 바로 옆 아파트가 5억1500만원 선이었다. 6개월 새 10% 가까이 올랐다.

2010년 3월 같은 위례신도시 내 전용 54㎡ 사전예약 가격(2억8000만원선)의 2배다. 같은 기간 위례신도시와 붙어 있는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과 땅값 상승률이 50% 정도다.
이번 사전청약 물량 중 위례신도시 남쪽에 붙어 있으면서 규모가 훨씬 작은 성남시 복정1지구가 가장 비싸다. 3.3㎡당 최고 2580만원으로 위례보다 180만원 더 높다.국토부 관계자는 “위례보다 보상비와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지하철 8호선을 끼고 있어 교통 여건이 좋은 점 등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6일 “사전청약 분양가가 부담 가능한 가격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분양 물량 대부분이 적정 수준으로 보는 도시근로자 소득의 4배(3억원 선)보다 비싸 최고 9.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무주택 신혼부부 연평균 소득과 비교하면 사전청약 분양가가 5~13배에 달한다.

고분양가가 된 데는 분양가를 책정하는 분양가상한제 계산 방식이 보금자리주택 때와 달라진 점도 작용했다.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로 산정하는데 보금자리주택은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땅값을 정했다. 2014년 원가에서 시세에 준하는 감정평가 금액으로 바뀌면서 분양가에 반영되는 땅값이 뛰며 분양가가 많이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낮췄으나 현 정부는 분양가 인하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다. 정부가 밝힌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50~70%, 이번 사전청약 60~80%다.

전세로 잔금 마련 못 해



만만찮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당첨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번 사전청약 분양가가 모두 9억원 이하인데 앞으로 9억원 넘게 오를 전망이다. 3.3㎡당 2500만원이 넘으면 전용 84㎡(30평대)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다. 분양가가 비싼 성남 복정1지구 등에 전용 84㎡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올 예정이다. 땅값이 계속 오르면 택지비가 뛰며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특별공급에서 제외돼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노리는 30대 청약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입주 때 시세가 15억원이 넘으면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이번 사전청약 단지가 2015년 이후 입주할 예정이다. 과천·성남·하남 등에선 이미 15억원을 초과한 전용 84㎡에 이어 앞으로 전용 59㎡도 1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청약 단지들에 거주 의무가 있어 전세로 잔금을 마련할 수도 없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현금 부자가 아니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빠 찬스'가 없는 30대에겐 사전청약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첨제 생애최초, 경쟁 치열



그런데도 신도시 중 입지여건이 가장 좋고 로또 기대감이 높아 사전청약 당첨은 ‘바늘귀’가 될 것 같다. 특별공급에서 생애최초는 추첨 운이다. 사전청약 당첨자 선정방식 가운데 유일하게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청약저축액 등 조건이 불리하다 싶은 신청자가 몰려 특별공급 중 경쟁률이 가장 높다. 지난해 10~11월 위례신도시 공공분양 3개 단지의 청약접수 결과를 보면 생애최고 32.5대 1, 신혼부부 25.2대 1 등이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자녀 수, 거주 기간, 혼인 기간, 청약저축 납입횟수 등으로 매긴 점수로 당첨자를 뽑는다. 민영주택 청약가점제와 다르다. 인기 단지의 경우 만점 13점 가운데 11점 이상이어야 당첨 안정권으로 예상된다. 위례 공공분양에서 12점 커트라인도 적지 않았다.

자녀가 3명 이상이어야 확실한 점수다. 2019년 신혼부부 통계에서 3명 이상은 0.5%뿐이다. 12점은 혼인 기간 3년 이내에 자녀 3명 이상을 둬야 한다. 결혼 후 매년 아이를 낳은 셈이다. 신혼희망타운도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비슷한 가점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데 자녀가 많을수록 당첨에 유리하다.

30대가 사전청약을 앞두고 고민하는 사이 40~50대는 절망적이다. 물량이 확 줄어드는 만큼 당첨 커트라인이 치솟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약저축 납입액 순으로 당첨자를 뽑는데 20년간 10만원씩 부어 2400만원 이상이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위례에선 3130만원까지 올랐다. 26년간 낸 금액이다.

1500만원을 모은 40대 후반 청약저축 가입자는 "10년 넘게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넣으며 기다려왔는데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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