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태릉 3만채 짓겠다고? 덜컥 발표만 하고 무산 위기, 왜

김원 2021.07.13 08:39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반대에 부딪혀

정부가 1년 전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서둘러 내놓은 8·4 대책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시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 예전 용산미군기지 캠프킴(3100가구) 등 정부가 소유한 '노른자위 땅'을 최대한 긁어모아 3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주민 반발에 1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8·4 대책 사업 예정지 가운데 공급 규모가 가장 큰 태릉골프장의 경우 올해 안에 지구 지정 등 사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과밀화를 우려한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에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노원구는 공급 계획을 축소하고, 부지의 절반을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개발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원구민들은 주택 공급 계획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태릉골프장 부지 활용에 대해서 "서울시와 노원구의 입장은 사업지의 녹지를 충분히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주택 공급 목표를 맞춘다는 전제하에 대체부지 확보 등 대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부지 확보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1980년대 대규모 단지가 들어선 노원구는 아파트 거주 비율이 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빈 땅이 없는 상황이다.


3만3000호 짓는 신규 택지는 어디 그래픽 이미지.

8.4대책 주요 신규택지 진행 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토부는 지난 6월 '2021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태릉골프장 부지 등 8·4대책에서 언급된 신규 택지 지구 지정을 2022년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를 새롭게 제시했다. 앞서 지구 지정 시점을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한 차례 연기했는데 다시 일정이 밀린 것이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후보지마다 상황이 달라 진행 속도가 다소 편차를 보인다"며 "현재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고, 이르면 하반기 중에 인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부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고 한 계획도 지난달 전면 수정됐다.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진행되는 등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 과천지구에 대체지를 확보하고, 당초 계획보다 300가구 늘어난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도 마포구 주민 반발이 거세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용산 캠프킴 부지는 용산구가 최근 열람 공고한 도시계획 결정안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주택 공급 자체가 불확실해진 상태다.

이처럼 주민 반발이 커진 데에는 과밀화 우려와 함께 공공임대 중심의 공급 계획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8·4 대책 신규 택지 3만3000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 유형, 가구 수 등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현재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규모가 큰 사업지는 공공분양과 임대가 혼합된 형태로, 작은 사업지는 임대 중심으로 개발해 신혼부부, 청년층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여의도 부지(300가구)와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200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1000가구),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등에는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땅값이 비싼 곳이라 소형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 교통 혼잡 등에 대한 우려도 표출하고 있다.


태릉 골프장 그래픽 이미지.

지난해 8·4 대책에 앞서 발표된 5·6 대책에서 언급한 용산철도정비창(1만 가구), 강남구 삼성동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3000가구) 등 개발도 주민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특히 서울의료원 부지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제2의 코엑스라 불리는 잠실 MICE(전시·컨벤션 산업) 단지 중간에 위치해 최근 평당 시세가 2억원을 호가한다.

이곳에도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계획인데,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여당 소속인 정순균 강남구청장 역시 "서울시가 수립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게 돼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도심 부지들을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쓰려 했을 때부터 주민 반발은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그동안 지나치게 억눌러왔던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갈등이 덜한 방식의 공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댓글

댓글보기
댓글 더보기

Copyrightⓒ 중앙일보조인스랜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