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공시가 고쳐줘” 5년 전보다 260배 늘었다

한은화·김원  기자 2021.04.29 10:17

공시가격 이의신청 4만9601건,?세종시 4095건 최고 불만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잘못 산정했으니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집주인들의 신청이 급증했다.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가격이다.

세종시에선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지난해 275건에서 올해 4095건으로 증가했다. 이의신청 증가율로 따지면 1389%에 이른다. 세종시는 전국 17개 시도 중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70.25%)이 가장 높은 곳이다. 울산에선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지난해 6건에서 올해 337건(증가율 5517%), 전북도 지난해 7건에서 올해 161건(2200%)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9일 결정·공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달 16일 공개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에 대해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접수한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모두 4만9601건이었다. 지난해(3만7410건)와 비교하면 32.6%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98%)은 정부가 공시가격을 비싸게 산정했으니 내려달라는 요구였다.
 


전국 17개 시도 중 15곳에서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증가했다. 반면 서울(-3527건)과 제주(-69건)에선 이의신청이 줄었다. 같은 공동주택 단지에서 다수가 모여 이의신청을 한 곳은 436단지였다. 서울(179단지)이 가장 많았고 경기(116단지)·세종(73단지)·부산(39단지)·대구(15단지)의 순이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종 등 (공시가격)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이의 제기가 늘었다”며 “(공시가격 관련) 불만은 종부세 고지서가 나오는 시기에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의신청을 검토한 뒤 공시가격을 조정한 비율은 5%(2485건)였다. 나머지 95%의 이의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경남(12.4%)·세종(11.5%)·강원(10.9%) 등에선 공시가격 조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3.8%)과 경기(4.2%)는 평균 이하였다.

지난달 공개한 초안보다 공시가격을 내린 것은 2308건, 올린 것은 177건이었다. 국토부는 이웃집 등 연관 세대를 포함하면 4만9663가구의 공시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공시가격 상승률(19.89%)은 지난달 공개한 초안(19.91%)과 별 차이가 없었다. 구별로는 노원구(34.64%)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성북(28.01%)·강동(27.11%)·동대문(26.79%)·도봉(26.18%)의 순이었다.


 


시도별로는 세종에 이어 경기(23.94%)와 대전(20.58%) 등에서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은 70.2%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1가구 1주택자라도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9억원(부부 공동명의는 12억원)을 넘으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52만5000가구에 이른다. 이 중 서울은 41만4000가구로 서울 전체 공동주택의 16%다.
 
국토부는 2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산정근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데 따른 조치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공시가격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인근 지역의 실제 거래 사례는 뭔지, 주택 특성이 뭔지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공개하는 내용은 ▶주택 특성 자료 ▶가격 참고자료 ▶산정의견 등이다. 해당 아파트나 인근 단지의 지난해 말 실거래가도 제시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부동산테크의 시세 정보(상한가·하한가)도 담는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인 ‘적정시세’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는다.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이 얼마인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윤 차관의 공언과 달리 주택 소유자들은 정부가 왜 이렇게 공시가격을 정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 1450만 가구의 산정근거를 세세히 공개하려고 하면 엄청난 양이라서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이 들쭉날쭉”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개하면 더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단지 아파트는 거래가 활발해서 공시가격 산정근거를 따질 때 형편이 나은 편이다. 반면 거래가 뜸한 ‘나 홀로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산정근거를 따지기가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세종시 금남면의 한 연립주택에 대해 공시가격 산정근거를 시범 공개했다.

실거래가 없다 보니 9㎞가량 떨어진 연립주택을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산정했다”는 게 공시가격 산정의견의 전부였다.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은 “(공시가격) 산정근거로 활용한 적정시세가 얼마인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최소한의 산식을 공개해야 한다. 여전히 일관성도 없고 원칙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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