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 50층 아파트…오세훈표 부동산 새판짜기 가능할까

김원  기자 2021.04.09 09:22

권한 제한적, 가시밭길 예상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 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다양한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았고, 서울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1년 3개월의 짧은 임기와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 의회와 구청장과의 관계, 여기에 정책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제한적인 서울시장의 권한 등으로 인해 공약 실현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오 시장의 기조가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른 점도 불안요소다.

10년 전 '한강 르네상스'를 꿈꾸며 대규모 개발 사업을 이끌었던 오 시장의 재등장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시 한 번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35층룰' 철폐, 용적률 규제 완화는 가능



오세훈 신임 시장의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활성화다. 공공의 역할을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공급 등으로 축소하고, 민간 주도 개발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서울에 18만5000가구의 주택 공급을 자신했다.

또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취임하면 일주일 이내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며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웠다.  

오 시장은 우선 2014년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도입한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을 50층까지 완화겠다고 밝혔다. 층수 규제는 조례가 아닌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것이라 오 시장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고 완화의 경우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청취 과정이 있어야 하고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지만 의무 반영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오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서울시재개발·재건축연합회에게 서울시 민간 주택공급(재건축·재개발 등) 활성화 정책방안을 전달 받고 있다.뉴스1



용적률 완화는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으로 가능하다. 현재 서울시는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최대 250%의 용적률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300%)보다 50%포인트 낮다. 다만 용적률 변경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하는 사안이다.

 이 밖에 구역지정 기준 완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도 조례 개정을 통해 추진될 수 있다. 구역지정 기준을 완화할 경우 2012년 이후 재개발정비구역에서 지정해제된 176개 지역의 재지정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럴 경우 당장 사업성이 높아져 조합 설립이 완료된 기존 정비사업지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상제, 재초환, 안전진단 … 넘어야할 산 많아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 노원구 상계동·양천구 목동을 두고 "안전진단을 지연 시켜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곳"이라며 "취임 후 일주일 안에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TV 토론회에서도 대치 은마, 잠실5단지, 여의도 시범 등 재건축 단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당장 시동을 걸면 1년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들 규제는 중앙정부 소관 법령과 고시에 규정돼 있어 서울시 단독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분상제와 재초환은 재건축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재건축 추진의 동력이 되는 안전진단의 경우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절차가 대폭 강화한 이후 이 문턱을 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좌절된 경우가 많다. 6·17 대책 이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이 유일할 정도다.  

시장 VS 시의회, 정부 VS 서울시



오 시장의 공약 실현을 위해선 부동산 관련 서울시의회를 통해 조례를 개정하고 구청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여당 일색인 서울시의회와 구청장들을 설득하는 일도 오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기간 중 "시의회만 해도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이다. (오 시장이) 싸워서 이기겠느냐"고 말했다.

구청장 역시 25개 구 중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오 시장이 일년 남짓한 임기에 공약한 모든 것을 다하려고 밀어 붙이기 보다는 적절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정부가 추진하는 2·4 대책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오 시장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오 시장의 공약대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면 조합으로선 공공 주도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 당장 공공 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곳에서 민간재개발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한 후보지 관계자는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해 공공재개발을 선택한 것"이라며 "민간이 더 유리하다면 당장 그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호 협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건 정부와 오 시장 공통의 의견"이라며 "오 시장이 도심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정부에서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 물량 확대 등에 힘쏟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시가격 동결, 소득이 없는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재산세 과세특례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 등의 오 시장 공약도 실현이 쉽지 않다. 공시가격은 지자체인 서울시가 직접 건드리기 어렵다. 재산세의 일부 감면은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징수 체계의 전면적인 틀을 바꿀 수는 없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 정국을 앞두고 오 시장이 선제적으로 화두를 던진 셈"이라며 "오 시장의 공약인 35층 룰 폐지나 용적률 완화 등을 시작으로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들썩이는 재건축 시장, 불협화음 경계해야



오 시장의 재등장은 최근 상승폭이 둔화되며 안정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집값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4 공급대책 발표 직전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10% 였으나 4월 첫째주 조사에선 0.05%로 떨어졌다. 전셋값의 경우 일부 지역은 하락 반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판세가 오 시장에 유리해지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등세가 나타났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245㎡(공급 264㎡·80평)는 지난 5일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 역대 최고가인 8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두고 불협화음이 보인다면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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