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치 데이터로 4년뒤 집값 안다···“부동산 장기하락 할수도”

김원  기자 2021.02.16 10:10

'부동산 리치고'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인터뷰

"현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본질 가치 대비 심각한 고평가 구간에 있다. 버블이 심한 상태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김기원(51) 데이터노우즈 대표의 진단이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1~2년 내 부동산 시장에 변곡점이 올 가능성이 크다"며 "하락한다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고, 오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84%(서울대 환경대학원 분석) 올랐다. 올해도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지만 인공지능(AI)은 하방압력이 크다고 분석했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사진 뉴스1]


김 대표는 프롭테크(부동산 IT기술) 스타트업 데이터노우즈를 2019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노우즈는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데이터가 부동산 시장을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데이터노우즈 김기원 대표 [사진 데이터노우즈]


"능력만 보고 결혼 상대를 고르라고?"


 
김 대표는 "40대에 접어들면서 주변을 보니, 부자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고 있었다"며 "4년간 전국의 부동산 관련 강의를 죄다 쫓아다녔는데, 강의료로만 5000만원은 넘게 쓴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들을수록 답답함만 커졌다. 그는 "'공급이 적으니 이 지역이 유망하다'는 식으로 한 두 가지 데이터로 판단을 내리는 전문가가 많았다"며 "마치 능력 하나만 보고 결혼 상대를 고르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양대에서 수학, 미국 유타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고,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을 두루 경험했다. 이후 전공을 살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김 대표의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법에 관심을 보이자 사업화를 구상했고,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2019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4년 후 마래푸 6900만원↑ 압구정 현대8차 7200만원↓"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부동산 데이터를 총망라한 모바일 서비스 '부동산 리치고'를 출시했다. 여기에 김 대표와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AI) 대회 1위 출신 개발자 조억씨 등이 힘을 모았다. 빅데이터와 AI가 만나 "내 집이 과연 얼마나 오를 것인가", "지금 여기에 집을 사도 괜찮을까" 같은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과 궁금증에 답을 했다. 
 
'부동산 리치고'에는 두 종류의 AI 모델이 탑재돼 있다. 이 AI는 특정 아파트 단지의 4년 후까지의 가격을 예측해 보여준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의 현재가격(호가)은 15억 200만원인데, 4년 후에는 15억 7100만원이 될 것이라는 식이다. 
 

▲ 부동산 리치고 미래가격 서비스 화면 [사진 데이터노우즈]


이 두 AI 모델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는 45가지 변수의 13~17년 치 데이터를 학습했다. 매매가·전세가·인구변화·신규공급물량·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9개의 부동산 지수를 기본으로 아파트 연식·세대수·관리비 등도 단지 정보와 학교·병원·도서관·지하철 등 주변 시설과의 인접성을 수치화한 데이터도 학습 대상이다.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통화량·환율 등도 미래가격을 도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다. 재건축·지하철 등 개발 호재, 정부의 대출 규제 등까지도 고려해 값을 낸다. 
 
메인 AI인 '아폴로11호'는 서로 다른 시계열 데이터 간 종속성을 파악해 예상 값을 내는 데 강점을 지닌 딥러닝 모델이다. 9개의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해 만든 '아이리스AI'는 최근 변동성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래가격 적중률은 '아폴로11호'가 61.97%, '아이리스AI'가 63.73%(15일 기준)를 보인다. AI는 아파트 가격이 마냥 오를 것으로 예측하지 않는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8차) 아파트 전용면적 108㎡는 현재 28억 1400만원인데, 4년 뒤에 7200만원 떨어진 27억 4200만원('아폴로11호' 기준)으로 전망했다.  
  

▲ 부동산 리치고 화면 [사진 데이터노우즈]


김기원 대표는 "미래가격은 부동산 가격의 흐름을 예측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데이터 학습량이 늘어나면 적중률이 향상될 수 있다. 완성도를 8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리치고'는 미래가격 외에 7가지 주요 부동산 지수를 종합해 점수화한 투자점수를 제공한다. 지역별, 단지별 점수 비교가 가능하다. 주변 환경이 얼마나 쾌적한지를 수치화한 거주점수도 알수 있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투자 점수는 41점으로 전국 하위 9%지만, 거주점수는 92점으로 서울 상위 1%에 속한다. 김 대표는 "아파트 매수를 고민한다면 투자점수가 도움될 것"이라며 "미래가격과 투자점수 모두 높은 아파트가 전망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25번의 부동산 정책에 데이터를 활용했다면...

 
 
김 대표가 데이터 만능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투자에 있어 데이터는 등대와 같다. 등대는 배가 좌초되지 않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AI 기술이 투자를 결정하는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리치고 화면 [사진 데이터노우즈]


김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데도 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각종 데이터에 근거해 정확한 수급을 파악하고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적절히 공급한다면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최근 폐지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경우 지역별 다주택자를 미리 파악하고, 매입 시기, 보유 주택 수 등을 판단한 뒤 등록 시기, 세금혜택의 경중 등을 조절했다면 매물 잠김 현상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고, 가격 급등도 제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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