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 아파트값 밀어올렸나…올해 세종시 41% 올라

최현주 기자 2020.12.31 10:00

규제 내놓을 때마다 ‘풍선 효과’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집값 vs 규제’로 요약된다. 정부가 집값이 오른 지역을 겨냥한 ‘핀셋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인근 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집값을 좇은 규제는 현재 전국의 절반까지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 취임 당시 37곳이었던 조정대상지역은 현재 111곳을 늘었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6.74%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규제의 집중포화를 맞은 서울은 0.81% 오르는 데 그쳤지만, 나머지 지역이 모두 올랐다. 경기도(11.08%), 지방 5대 광역시(8.16%)의 오름폭이 컸다. 
 

▲ 올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인 세종시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의 핀셋 규제는 오히려 집값의 키 맞추기란 결과를 낳았다. 서울에선 그동안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편이었던 지역의 상승률이 높아졌다. 구로구(2.56%)가 가장 많이 올랐고 강북구(2.05%), 노원구(2.01%) 관악구(1.87%), 동대문구(1.70%), 강서구(1.27%)가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의 집값이 오른 데는 금액별 차별 규제 영향이 크다. 9억원을 기준으로 대출ㆍ세금 규제가 달라져서다.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선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집값의 40%(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까지 빌릴 수 있고 세율도 낮다.  
 
그런 탓에 대출규제를 피해 중저가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됐고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뛰는 동안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은 가격이 하락했다. 서초구(-1.74%), 강남구(-1.63%), 송파구(-0.73%)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액별·지역별 '핀셋규제'에 집값 폭등

 

서울에선 6억원 이하 아파트보다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더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 6억원 이하 비율은 67%였다. 하지만 현재(6월 말)는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억원 초과는 같은 기간 15%에서 39%로 늘었다.
 
올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41.99%)은 지난 7월 ‘세종 천도’가 논의가 불거지며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영향이 컸다.  
 
수원 팔달구(20.39%), 수원 권선구(19.27%), 용인 수지구(18.08%), 용인 기흥구(17.66%)는 서울 규제 효과를 누린 지역이다. 지난해 12?16대책으로 서울에서 9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대출 이 묶이자 이들 지역은 ‘수ㆍ용ㆍ성’(수원ㆍ용인ㆍ성남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만큼 아파트값이 치솟았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이 가깝고 강남권으로 이동하기 편한 데다 당시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많지 않아서다.
 

지방 대도시 아파트값 상승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 6ㆍ17대책이다. 당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고,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세금 부담이 커진 데다 재건축 규제에 분양권 규제도 확대했다. 규제를 피한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었다. 대전 유성구(22%), 대전 서구(18.40%), 울산 남구(17.96%) 등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규제지역이나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오르기 전에 매입하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갈 곳이 없으니 계속 부동산 시장 안에서 돌고 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성 거래를 줄이려면 단기에 시세차익을 얻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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