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 같은 중소형 건축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전 체크리스트

송찬호 스테이지 이투 대표 2020.11.24 10:00

철저한 계획 수립 중요

OO 건축박람회, XX 하우징페어, △△빌드 등 수많은 건축 관련 행사들이 일 년 내내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가끔 행사장에 가보면 큰 행사 규모도 놀랄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항상 수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역시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직도 투명한 중소형 건축시장으로 자리 잡지 못해 분쟁과 소송으로 멈춰 선 많은 건축현장 등을 생각하면 답답할 노릇이다.
 
필자는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예비 건축주가 건축 공정 전반에 걸쳐 검토해야 할 중요 체크리스트를 들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허술한 사전 준비는 건축 프로젝트 실패의 지름길


 
적게는 수억에서부터 많게는 수십억까지 투자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에서 주변의 말만 듣고, 때로는 지인 한 사람만 믿고 섣부른 판단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가 패가망신한 사례가 많다.
 
건축 인허가 단계부터 설계, 시공, 세무, 금융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단계에 걸쳐 결정해야 할 순간마다 타인의 책임 없는 말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깊이 있는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중요 단계마다 핵심이라도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사전 지식 정도는 꼭 챙겨야 건축현장의 지뢰밭 길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잘 지을 수 있다.

두 번째, 건축 자금 관리를 철저하게 하라…레버리지는 양날의 검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나의 현금 동원 능력일 것이다. 이때 자기자본과 함께 대출 규모를 산출해봐야 하는데, 빠지기 쉬운 오류가 바로 ‘레버리지 효과(차입자본을 투입하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를 맹신해서 은행권 대출을 최대한 끌어들여 무리하게 건축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전체 자금 흐름상에는 분명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최대치의 건축자금 대출이 가능한 곳은 대개가 2금융권의 높은 금리가 따라붙는 1금융권의 건축자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필히 건축시공이 완료된 시점에서 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로 대환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까다로운 금융권의 조건 때문에 받지 못하게 되면 준공이 되더라도 과다한 이자 부담으로 결국 도산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설계비 아낀다고 싼 동네 허가방 전전하다가는 패가망신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건축현장의 관행 같던 말들이 있다. 동네 시공사 대표의 “제가 평당 O 백만 원에 다 지어드릴게요. 물론 설계비 포함이고요. 지금은 제가 아는 모 은행 지점장에게 부탁해서 대출도 최대치로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혹시 자금이 모자라도 준공하고 세입자 보증금을 받아서 주시면 되니까 아무 걱정 마세요.”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덜컥 계약했다가는 그야말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이런 동네 시공업자들의 제안에서 조심해야 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시공비 평당 O 백만 원에 설계비 포함’이라는 내용이다. 이 시공사 사장은 거래 관계에 있는 동네의 일명 ‘허가방’이라고 불리는, 간단하게 설계도면만 그려서 인허가만 책임지는 건축사에게 최소의 금액으로 하도급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 도면만으로는 절대로 제대로 된 건축을 할 수 없다. 결국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을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가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건축도면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몇 장 안 되는 설계도면은 시공사와의 분쟁의 씨앗이며, 건축주에게는 지뢰밭 길이 될 것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지정되지 않은 수백 가지의 마감재 등의 불확실한 요소들은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해석을 낳게 되고 시공사들이 애용하는 추가 견적으로 되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네 번째, 건축사는 제값 주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으로

 
여기서는 ‘제값을 준다’는 개념과 ‘제대로 일하게 한다’는 두 가지를 설명하려 한다. 우선 ‘제값을 준다’는 개념은 설계비를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건축사업 초기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축 전문가가 건축사다.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건축물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하고 기준을 잡아줘서 건축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완공 후 사용승인까지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계획설계 단계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서 건축주가 갖고 있는 생각을 디테일하게 설계도면에 규정함으로써 시공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있는 일정 계획이 필요하다. 이것이 결국 건축사를 ‘제대로 일하게 한다’는 개념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 자금, 설계,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소통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을 때, 건축 프로젝트의 성공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다섯 번째, 최소한 건축도면과 시공 내역서는 볼 줄 알아야

 
제값 주고 고용한 건축사를 통해 제대로 건축도면을 완성했다면, 다음 단계로는 좋은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공사를 비교한다고 해도 시공사마다 제각기 다른 견적서 양식으로 작성하고 설명하기 때문에, 아마추어인 건축주로서는 제대로 된 비교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자세하게 작성된 건축도면이 힘이 될 수 있다. 건축사에게 건축자재 물량산출을 의뢰해서 달라고 하면 전문 업체에게 의뢰해 주는데, 보통 꼬마빌딩 정도 수준이면 기간은 일주일 정도에 100만~200만 원 수준이면 해결이 된다. 이 자료를 두세 군데 시공사에 공내역서로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견적 내역서를 잡아달라고 하면, 동일한 조건 하에 견적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견적 비교를 확실하게 할 수 있고 시공업체 선정이 명확해진다. 뿐만 아니라 시공단계에서도 시공물량과 관련된 불필요한 분쟁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좋은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성비 좋은 건축을 해야


 
사람은 항상 욕심을 부리게 되어있다.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조금 더 좋은 것, 하나 더, 더더…”하게 되는데, 비용이 늘 수밖에 없고 공사 기간까지 영향을 줘서 추가 공사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까지 늘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 예산을 확정할 때부터 가성비를 생각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추후에 변동 폭을 최소화해야만 안전하게 완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번째, 건축주에게 허가 받지 않은 뒷돈을 경계

 
중소 건축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소개비 또는 수수료라는 말로 통용되는 뒷돈 거래일 것이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단지 사람이나 업체를 소개했다는 이유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언더테이블머니(책상 밑의 현찰 거래)’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 돈도 건축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뜩이나 모자라는 건축비에서 많게는 10%까지 상회하는 치명적인 항목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출을 소개해 준 부동산 중개사에게, 시공사를 소개해 준 건축사에게, 건축자재를 추천해준 현장소장에게, 때로는 인허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특검자와 건축부서 담당자에게도 어김없이 뒷돈이 전달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조금 더 알아보고 직접 업체와 접촉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건축시장에서 ‘원스톱 서비스’라는 구호를 외치는 업체는 많은 수수료가 포함돼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더 색안경을 끼고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덟 번째, 집도 결국 사람이 짓는다…현장 전문가들과 좋은 관계 유지

 
건축 프로젝트는 다양한 업종의 많은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종합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건물을 짓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얽힐 수밖에 없다. 부동산중개사를 시작으로 은행 대출 담당자, 건축사, 구청 건축과의 인허가 담당자, 시공사 사장, 현장소장, 철거업자, 토목, 목수, 미장, 도장, 전기, 소방, 설비 등 하도급업체 전문가들까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부대껴야 한다.
 
가끔 현장을 찾을 때, 건축주라고 목에 힘주고 ‘꼬투리 잡을 게 없나’라는 식의 모양새를 보여줬다가는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 것이다. 대신 음료수라도 사 가면서 고생한다는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게 되면, 그들도 결국 사람이라 조금이라도 더 정성을 쏟아 내 건물을 완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결국 집도 사람이 짓는다. 현장 책임자의 인간관계가 친밀할수록 내 건물의 완성도는 올라간다’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말한 체크리스트를 근간으로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만, 모르고 당하는 일 없이 일생에 한 번 있는 건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조물주 위의 건물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 송찬호
    송찬호
    - 건축사업계획, 건축사례
    - 現 스테이지 E2 대표
    - 現 서원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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