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끼고 집 사자 … 지방서도 ‘갭투자’ 겨냥해 강북 원정

서울 집값 들썩이자 투자자 몰려

"서울 동대문구의 소형 아파트 한 채 사는 데 3500만원 들었네요."

"이번에 ○○역세권 아파트 5000만원으로 성공! 내부만 ‘올수리’하면 시세보다 2000만원은 더 비싸게 팔 수 있겠죠?"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갭(gap) 투자’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매수자는 집값과 전세금의 차액만 있으면 된다.

 매매가 4억원짜리 아파트 전셋값이 3억5000만원이라면 5000만원만 들여 집을 사는 식이다. 이들은 지역·단지에 따라 대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를 투자한다.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올라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지난 2~3년간 유행처럼 번졌다. 『나는 갭 투자로 300채 집주인이 되었다』 같은 책이 줄줄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집값과 전셋값이 주춤해지면서 뜸해졌다가, 올봄 동반 상승세로 돌아서자 갭 투자가 다시 활발해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요즘은 시장 분위기가 좋은 서울에 갭 투자자가 많다"며 "서울 집값이 뛰는 데에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갭투자는 주로 전세 수요가 많고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성행한다. 성북구(전세가율 83.3%)와 동대문구(81.2%), 구로구(80.6%), 서대문구(80%), 관악구(79.7%) 등이 대표적이다. 노원·강북구처럼 비교적 저렴한 소형 아파트가 많은 곳도 주요 대상이다.


 
● 집값 상승 주춤하면 현금손실 우려

구로구 신도림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역세권이면서 소형인 아파트에 갭 투자 수요가 몰린다"며 "서울 집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집값이 비싸고 전세가율도 60%대에 불과한 만큼 자기자본이 많이 들어가 상대적으로 수요가 덜하다.

투자자는 전국에서 몰린다. 경기·인천이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원정 투자’도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매매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비중은 19.5%(7416건)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부산 등을 제외한 지방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간 반면 서울은 분위기가 괜찮아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갭 투자자가 몰리는 일부 지역에서 전셋값이 뛰는 등 부작용이 잇따른다는 점이다. 아파트 매입 후 차익을 얻기 위해 전셋값을 올려 시장에 내놓기 때문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모(45)씨는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전용 59㎡ 아파트를 4억4000만원에 산 뒤 종전 전세 시세(3억9000만원)보다 1000만원 올려 내놨다. 역세권에다 소형(전용 60㎡ 이하) 물건이라 금세 전세 계약이 됐다.
 
이렇게 전세값이 올라가면 매매가를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중개업소 서재필 대표는 "나중엔 기대한 만큼 차익을 얻게 되면 실수요자에게 팔아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갭투자자는 주택시장의 중간 도매상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투자자가 무조건 차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지면 자칫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하반기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다 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있는 상황이라 향후 시장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가격 우상향 추세가 무너지면 투자자는 깡통주택(집을 팔아도 전세금과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한 주택) 피해를,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의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은 전세가율이 높은 물건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